내가 중학교다닐 당시 동네 성당에서는 불우이웃을 돕는다며
한달에 두 번씩 단돈 천원에 영화를 상영하곤 했다.
제대 가운데에 커다란 흰천으로 스크린을 만들고 영사기를
받쳐놓은 그야말로 어설픈 영화관이었지만 분위기만큼은
다른 어떤 곳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90년대임에도 불구하고 옛날시골장터같았던 그 축제의 공기.
성당안은 영화구경온 사람들로 일찍부터 자리가 꽉차서 서둘러
간다고가도 난 늘 2층 한구석을 겨우 차지할 수 있었다.
불이 꺼지고도 좀처럼 조용해지질않던 왁자한 목소리들은
차르르~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와함께 사라지고, 동시에
스크린위로 지지직 거리며 영화의 첫장면이 펼쳐진다.
그러면 나는 언제나처럼 쿵쾅거리며 뛰어오르는 내 심장
고동을 느끼며 가만히 심호흡을 하곤했다
영사기를 돌리던 아저씨는 포옹이나 키스신이 나오면 짖궂게
렌즈를 가리셨고, 그때마다 성당안에서는 어김없이 야유가
터져나왔다
비록 영화는 늘 중간에 한번 끊기곤 했지만...
아직도 내게 그곳은 재밌고도 아련하고 따스한 추억을 가득
머금은 시네마파라다이스로 남아있다
이젠 성당에서 그때처럼 영화를 상영하지않는다
물건을 판매한다던가 아니면 소장품으로 경매를 해서 불우이웃을
돕는것이다. 이익이야 지금이 더 많겠지만 불우이웃을 돕는 장이
설때마다 나는 어설펐던 예전의 그 영화관이 그리워진다
그리고 이음악을 들을때면 그 그리움이 더욱더 사무친다
글 / MitorY
<MBC 라디오 '홍은철의 영화음악'-내가 꾸미는 영화음악>
2000년 7월 14일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