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말고
전부 다>라는 괴이한 팀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 그룹의 음악은 그야말로 심하게 흐느적흐느적 거리기 딱 좋다.심지어 난 오래 반복해서 듣다 머리가 멍해지면서 약간의 두통을 느끼기까지 했다.
보컬을 맡고있는 Tracy Thorn과 작곡을 비롯해 거의 모든 악기를 커버하는 Ben Watt는 영국 Hull 대학 동창이자 62년 동갑내기로 각자 자신의 음악 활동을 하던 중 82년 프로젝트 팀인 Everything But The Girl을 결성해 82년 데뷔앨범 [Eden]을 발표했다.
이들의 특이한 그룹명은 허름한 중고 가구상의 'For Your Bedroom Needs, We Sell Everything But the Girl'이라는 광고문구에서 따왔다고한다. 정말 그 발상자체부터 눈에 띄지않을 수 없다.
이름도 생소한 이 그룹은 정말 우연치않게 알게되었다.
라디오에서 흘려듣다 겨우 제목을 알아들었던 것을 사이트를 뒤져 찾아낸 것!!
요즘은 스트리밍서비스도 불법이기때문에 달랑 1분30초씩 들려주는 곡의 도입부만 5번씩 반복해서 듣곤 바로 CD를 구매해버렸다.
이들은 요즘 내가 심취해있는 일렉트로닉 클럽음악 장르의 소중한 산물이라고나할까?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에게 선택되는 특혜를 얻게 된것이다.크하하 -0-
그러나 처음부터 이들이 일렉트로닉음악을 시작한것은 아니었다. 포크음악으로 데뷔해 missing이라는최고의 히트곡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렉트로닉으로 전향했지만 그래서인지 이들은 어쿠스틱함을 동시에 가지고있는 퓨전이기도하다.
내가 구입한 CD는 바로 Walking Wounded와 Temperamental.
최고의 찬사를 받는다는 Walking Wounded 앨범의 첫곡 before today는 정말 한마디로 '굿'인 음악이다. 라디오에서 들었던 곡도 바로 이 곡인데, 정말 순간 듣고 반하지않을 수 없는 곡이다.
특히 후렴구처럼 반복되는 이 부분--'I want your love and I want it now~'로 시작되는 Tracy Thorn의 목소리가 나오고 곧이어 불규칙한 드럼과 베이스사운드가 시작된다.그리고 전화 벨소리인 듯한 샘플링이 두번 반복되는 것--은 정말 베리베리굿이다.
다음트랙 wrong도 훌륭하다. 그런데 정작 타이틀 롤을 맡고있는 6분짜리 walking wounded는 심히 몽환적이다.흠흠, 두통을 느꼈던 곡도 바로 이 곡이다. 그나마 앨범 끝에 나오는 리믹스곡은 좀 들을만하다. 역시 난 약간의 비트가 가미되야 필이 오는듯하다.
Temperamental은 한마디로 우수어린 분위기가 가득찬 앨범이다.
그동안 Ben Watt는 런던의 야행성 생활을 즐겨 직접 클럽에서 DJ활동을 하면서 얻은 경험으로 앨범전체를 아웃라인했다는 평을
받고있다. 사실 이 앨범은 유일하게 품절나지않은 이들의 앨범 중 하나였고 또한 표지 일러스트가 맘에 들어서 선택한면이 없지않아있다.^^;
샘플링의 극치를 보여주며 시작되는 수록곡들은 커다란 반향없이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간다.
그러면서 드럼과 베이스의 리듬감이 더욱 돋보이고있다. 내 CDP는 Base Boost기능(베이스를 강화시키는 기능)이 있는데,
평소 CD를 들을때는 이 기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굳이 멜로디에 묻힌 소리를 끄집어내서 크게 듣고싶지않아서였다. 그런데
이 Temperamental 앨범을 들으면서 생각이 약간 달라졌다. 베이스와 드럼이 강조됐을때 음악은 힘이 생기고 더 풍성해질
수 있다는걸 알았다.
고정된 음역안에서 반복되는 리듬과 멜로디로 매력을 발산하는 Ben Watt의 곡과 크렌베리스틱한 목소리를(개인적으로
좋아하진않음. 그러나 그보다 얇은 Tracy목소리는 좋음)가진 Tracy Thorn의 묘한 결합인 EBTG(=Everything
But the Girl).
사실 이들에 대해 왈가왈부하긴 아직 이른것같다. 그들의 10여장의 앨범중 달랑 2장을 들어봤을뿐이고 결정적으로 이들곡에 두통을
느낄만큼 난 아직 촌스럽기때문이다.
